물난리

물난리 분류없음 2009/06/29 09:55

내 집은 세탁기가 방 안에 있다.
그래서 세탁기 배수 호스를 화장실로 빼서 써야 한다.
대부분의 경우(대부분이 아니라, 지금까지 딱 한 번을 제외한 모두) 호스를 화장실로 빼내는 일을 잊어버린 적은 없다. 하지만, 한 번 잊어버린게, 피해가 너무 크다.

세탁기를 돌려놓고, 밖에 나갔다 왔다.
핸드폰도 방바닥에 던져둔채.
12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는데, 문을 열고서 허탈함에 주저앉고 싶었다.
방바닥엔 물이 넘실거리는데,
이미 이불도, 책도, 핸드폰도.... 다 젖어 있다.

수재민들의 마음에 이렇게 절절히 공감해볼 줄이야.
12시가 넘은 그 시각, 대체 잠은 어떻게 할 것이며. 책장 1층에 꽂혀 있는 책들까지 이미 퉁퉁 불어버린,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막막했다.

별수 있나. 열심히 물 퍼내는 수 밖에.
거의 밤을 새서 퍼냈다.
뜻하지 않게 방바닥 전체를 비눗물로 씼어냈다. 구석구석 숨어있던 먼지까지도 모두 쓸려나왔다.



그래도 핸드폰은 물에 다시 잘 빨아서 말리니 이상없이 된다.
그동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모아뒀던 출력물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.
책들은 온통 쭈글쭈글해졌지만, 넘겨 보는데 별 지장은 없다.(그래도 이미 절판된 책들.. 구하기 힘든 책들.. 어흑.. ㅠ.. 아까워라..)


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.
작년 시험기간이었지, 꼭 평소에는 안하는 빨래를 시험기간에는 하게 되는데, 세탁기 돌려놓고 별 생각없이 앉아있으려니까,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. 세탁기가 터졌나? - 사태파악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물이 이미 방 저편까지 번져가고 있다. 그 때서야 물을 토해내고 있는 호스가 보인다. 그래도, 그 땐, 내가 방안에 있던지라, 큰 피해 없이 수습할 수 있었다. 이불이 젖기 전에 이불을 걷어낼 수 있었고. 책도 들어낼 수 있었고.
이번엔, 세탁기가 물을 네 번 토해내는 동안,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. 피해의 정도를 떠나서, 그런 일을 한 번 쯤 겪었으면, 다신 안그럴 법도 하건만, 이놈의 머리는 학습능력이 너무 떨어진다.

누구는, 내가 방을 너무 함부로 써서, 세탁기가 화낸거라고 표현한다. 그게 맞을지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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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멍청이

한나라당 댓글 알바

한나라당 댓글 알바 활동 2009/06/28 15:48

http://blog.naver.com/psycobom/50048361992

요새 이런 글들이 그럴듯하게 편집되어 돌아다닌다.
그런데 이글 말이다.

http://www.bonase.co.kr/community/list02.html?mo=v&code=board02&num=340&page=8&search=&keyword=&rnum=340

위 사이트에는 2007년에 올라와 있는데..
내 기억으로는 같은 글을 2005년 쯤에는 봤던 것 같다.
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, 하이텔 시절에 활동했다는 알바의 양심고백(?) 글도 돌아다니는 걸 봤었다. 매우 비슷한 양식으로 쓰여져서 말이다. 이 글들의 진위 여부는 우선 제쳐두고, 최근에 화면을 캡쳐하고 이미지를 삽입해서 그 글을 꾸미고 있는 사람 혹은 세력 말이다. 너희야 말로 진정한 알바일지 싶다. 참 교묘하게 잘 꾸민다. 글이 쓰여진 시점이 최근인 것처럼 보이게. 그리고 필터링 없이 잘도 퍼져나간다.

인터넷 여론은 정말이지 믿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.
인민주의의 온상이라는 말이 딱 맞다.

예전에 안희정 보고서도 유출되었었잖아.
노사모가 안희정 이광재 작품이라는 말도 들었는데. 금강팀 작품이라고.

모르긴 몰라도, 알바를 처음 고용한 건 한나라당 쪽 보다는 민주당 쪽이었을 거다. 한나라당에 그런 잔머리가 있었음 10년을 잃어버렸을고..

인민주의 정치가 판치니, 인터넷의 여론이 힘을 얻는다.
그걸 그대로 이용하는 건,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.

Posted by 멍청이

엘레지

엘레지 듣고읽고보고생각하다 2009/06/24 08:26

으흣.
참 괜찮게 봤다.

영화 소개 카피는 별로였는데
내용은 좋았다.

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늙은 남자가
두려워하고, 주저하고
상처 받지 않으려
이리 재고 저리 재고
하는 모습들이 절절하다.
불안해 하는 모습들이, 그래서 소유하려 하는 모습들이
낯설지 않다.
그래서 확인하려 들고, 비교하고.

그 남자를 사랑하는 그 여자는
이런 남자를 보고, 어린애들이 장난감 가지고 놀다 버리듯 자신을 대할거냐고 일갈한다.

그 남자는 정말 어린애다.
자신의 아들과도 관계를 풀질 못한다. 속이 꼬일대로 꼬여서.

그 여자는 그 남자가 자신을 믿고 함께해주길 바라지만
남자는 두려움에 포기해버린다.
그 두려움은, 자신이 버림받을 거라는, 영원하지 못할 거라는 그런 것이겠지.

영화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선율들이 참 좋았다.
그녀를 생각하며 연주하는 피아노는, 연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가슴이 무너내린다. 파국.

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.
사랑에서 섹스는 무엇이냐고. 육체는 무엇이냐고.
아니다. 질문이 반대인가?
아무튼, 섹스에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는 -

남자가 주인공이고, 여자는 아무래도 비중이 낮다.
남자의 연기가 참 좋았다.
몸을 더듬는 그 손길에서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묻어난다.
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-하는 느낌.
불안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빛도. 긴장된 얼굴근육들.
입은 다물고 있지만, 혀가 다 타들어가고 있을 것 같았다.

머리 깍고 온 여자는 느낌이 강하다.
이제 자신이 약해졌다.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한다.
그래서 전화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.
찾아온 남자에게 당신이 그리울거라고 얘기한다.

남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했다. 실수하지 않았다.
두려워 해본 사람은 그 두려움이 어떤 건지 알테니까.


// 두서없이, 떠오르는 대로.

Posted by 멍청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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